누구나 호기심을 가질 만한 질문들을 통해 자연스러운 ‘철학 하기’의 방법을 제안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철학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어려운 질문들은 과감히 전문가들에게 맡기라고 이야기하며, 지금 우리의 삶 속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철학적 사유를 제시합니다.
자유주의적인 사회가 양산하는 노예, 인터넷으로 인한 자유의 새로운 한계, 유전공학적 괴물이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 현대미술에 대한 선입견,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정치인들 등 지극히 동시대적인 여러 가지 문제들을 철학적으로 고찰하는 과정을 통해 현실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시대의 진부한 생각들, 종교에서 비롯된 금기 사항들, 보수적인 정치사상, 유용하게 쓰이는 사회적 거짓말들을 고대 그리스의 키니코스학파 철학자들이 즐겨 사용하던 유머와 반어법으로 꼬집으며 철학을 지루한 학문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즐거운 ‘철학 하기’의 기쁨을 알려줍니다.
커닝은 양심을 거스른 중범죄인가, 그저 치기 어린 장난일 뿐인가?
초등학교를 졸업해서 고등학교, 대학교 혹은 그 이상까지 십수 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커닝 한 번 시도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손바닥에 메모를 하거나 깨알 같은 글씨로 ‘족보’를 만드는 건 요사이 최신식 핸드폰을 들고 고시장에 들어가 저지른 수능 입시 부정 사건과 같은 일에 비하면 순진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듯합니다.
그렇다면, ‘순진한’ 방법을 사용한 커닝은 죄가 아니고, 최신식 기기를 사용한 커닝은 죄가 될까요? 또, 내신성적 혹은 학점을 약간 올리려는 의도로 저지르는 커닝은 죄가 안 되고, 수능처럼 인생을 한 방에 좌우할 만한(실제로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시험에서의 커닝은 죄가 될까요?
금품이 오가는 커닝 공모는 죄가 되고, 우정의 이름으로 혹은 측은지심에서 시작한 커닝 공모는 죄가 안 될까요? 어지럽고 아리송한 질문들뿐입니다.
사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시시각각 부딪히는 문제들은 대부분 정답을 찾기가 곤란한 것투성이 입니다. 이런 질문들에 답을 찾아주는 것이 철학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에게 철학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습니다.
지금,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명쾌하고 통쾌한 철학적 고찰 이야기
그동안 우리는 시험 때 외에는 실생활에 쓸모없는 내용들로만 이루어진 철학을 주입당해 왔을 뿐입니다. 무엇보다도 사회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을 법한, 우리의 삶과는 아무런 관련 없어 보이는 ‘죽은’ 철학들과 철학자들이 철학의 전부인 양 소개받아왔다는 것이 우리를 ‘철학 하기’와 더욱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철학 하기’의 전부인 양 착각하고 있는 어려운 질문들은 과감히 전문가들에게 맡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신, 지금 당장 우리의 삶 속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철학적 사유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 제시된, 재기발랄하면서도 현실성을 놓치지 않는 몇 가지 질문들은, 지금 이 땅에서 아직도 설왕설래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는 문제들과도 빗대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백 살이 다 되어가는 나치 전범에 대한 법적인 처벌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고찰은 가깝게는 ‘광주민주화항쟁’, 멀게는 일제 식민지 강점과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밖에도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사회의 그늘에서 살아가야 하는 동성애 문제라든지, 정치적 공약에 대한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생각해 볼 단초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